저는 매년 9월 첫째 주만 되면 어김없이 콧물, 재채기가 시작됩니다. 처음 몇 년은 "환절기 감기인가 보다"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. 그런데 약을 먹어도 열은 안 나고, 콧물만 2주 넘게 맑게 줄줄 흐르는 겁니다. 이쯤 되니 이상하다 싶어서 폭풍 검색을 해봤습니다.
결론부터 말씀드리면, 이건 감기가 아니라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었습니다. 그리고 저만 그런 게 아니라, 실제로 한 해 중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9월에 가장 많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로 확인됩니다. 재밌는 건 대기 중 꽃가루 농도 자체는 봄(5월)이 제일 높다는 점입니다. 그런데 왜 환자는 가을에 몰릴까요. 오늘은 이 궁금증을 파헤쳐 보겠습니다.
봄이 아니라 가을, 진짜 범인은 '잡초 꽃가루'였습니다
저는 막연히 "꽃가루 알레르기 = 봄철 벚꽃, 아카시아"라고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찾아보니 계절마다 날리는 꽃가루 종류 자체가 다릅니다.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과 기상청 생활기상정보 자료를 보면, 봄과 가을은 원인 식물이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입니다.
계절별 주요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
1.
봄철(4~6월): 참나무, 오리나무, 자작나무, 삼나무 등 수목류
2.
가을철(8~10월): 돼지풀, 환삼덩굴, 쑥 등 잡초류
2010년 국립환경과학원·국립기상연구소 공동 조사에 따르면, 가을철 초본류(환삼덩굴, 돼지풀, 쑥 등) 꽃가루가 많이 날린 날일수록 실제 알레르기 증상지수도 함께 올라가는 상관관계가 확인됐습니다. 상관계수는 환삼덩굴 0.7, 돼지풀 0.5~0.7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. 전국 7개 병원에서 알레르기 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피부반응검사에서도 돼지풀(5.9%), 산쑥(5.4%) 순으로 양성반응이 높게 나왔습니다.
저는 이 대목에서 "아, 내가 매년 억새밭 근처를 산책한 게 문제였구나" 싶었습니다(진작 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요, 저란 사람 참 눈치가 없습니다 ㅋㅋ).
건조한 날씨, 일교차, 미세먼지까지 겹치는 계절
꽃가루만 문제가 아닙니다. 팜뉴스(2022.10.15)에 실린 이비인후과 전문의 코멘트를 보면, 가을철에는 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조건이 한꺼번에 겹칩니다.
9월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드는 환경 요인
1.
건조한 날씨와 찬 바람 → 코 점막이 예민해져 알레르겐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함
2.
환절기 특유의 면역력 저하 시기와 겹침
3.
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증상이 눈에 띄게 악화됨
저는 하필 이 시기에 야외 운동까지 늘리는 편이라 매년 고생을 자초하는 셈입니다. 결국 올해는 마스크를 다시 챙기기로 했습니다.
"9월에 환자가 제일 많다"는 통계, 실제로 확인됩니다
경향신문(2019.11.18) 보도에 따르면, 인하대병원 환경보건센터가 2012~2016년 5년 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는 9월에 연중 최다, 10월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. 다만 보건복지부 자료 중에는 "9~10월이 가장 많다"고 두 달을 묶어 표현한 자료도 있습니다. 그러니 정확히는 "9월(혹은 9~10월)이 환자가 몰리는 시기"라고 폭을 두고 이해하시는 게 안전합니다.
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. 같은 연구에서 대기 중 전체 꽃가루 농도는 5월(봄)이 연중 최고치였고, 6~8월엔 뚝 떨어졌다가 9월에 다시 급증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. 즉 "꽃가루 총량"은 봄이 압도적으로 높지만, 사람을 실제로 아프게 만드는 건 가을철 잡초 꽃가루라는 이야기입니다. 봄 꽃가루와 가을 꽃가루는 종류 자체가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됩니다. 인하대병원 임대현 센터장은 "기후변화로 매년 꽃가루 비산량이 증가하고 있다"며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.
환자 수 자체는 어떨까요. 이 부분은 조사 연도와 집계 기준에 따라 숫자 차이가 커서, 서로 다른 통계를 섞어서 보시면 안 됩니다.
•
2006년: 29만 3,923명 (국민건강보험공단, 2011.10.04 발표 인용)
•
2013년: 60만 1,026명 (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, 메디포뉴스 2014.09.15 보도 / 여성이 남성보다 약 1.2배 많고, 9세 이하가 20.4%로 최다)
•
2021년: 491만 명 이상 (국민건강보험공단, 2023.04 발간 / 계절성+통년성을 합친 연간 전체 규모로 추정)
세 수치는 연도도 다르고 집계 범위(특정 시점 vs 연간 전체, 계절성만 vs 통년성 포함)도 달라서 자릿수 차이가 크게 납니다. 같은 통계처럼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. 다만 방향성은 뚜렷합니다. 조사 시점마다 비염 환자 수 자체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.
감기인 줄 알았는데 알레르기였다? 구별하는 법
제가 몇 년을 헷갈렸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 초기 증상만 보면 코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은 거의 쌍둥이 수준입니다.
KB의 생각(2024.03.14)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종합하면 구별 포인트는 이렇습니다.
구분 | 주요 특징 |
코감기 | 콧물과 함께 두통·근육통·오한·발열 동반. 처음엔 맑다가 점차 누렇고 끈끈해짐. 보통 1주일 이상 안 감 |
알레르기 비염 | 재채기, 코·눈 가려움, 눈 충혈 동반. 콧물은 계속 맑음. 알레르겐이 없어지지 않는 한 증상이 오래 지속됨 |
축농증(부비동염) | 처음부터 누렇고 끈적한 콧물,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.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분류 |
저처럼 "약 먹어도 낫지도, 심해지지도 않고 그냥 계속되는" 패턴이면 감기보다는 알레르기 쪽을 의심해보시길 바랍니다. 열이 없고 콧물이 계속 맑다는 게 가장 큰 힌트였습니다.
그래서 지금부터 뭘 하면 될까요 (예방·관리법)
정보만 알고 실천을 안 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(작년의 제가 딱 그랬습니다). 질병관리청과 현명내과 자료를 바탕으로 실천 가능한 것만 추렸습니다.
가을철 비염 예방 수칙
1.
기상청 '날씨누리'에서 꽃가루농도위험지수(매우높음·높음·보통·낮음) 확인하고, '높음' 이상인 날은 외출 최소화
2.
외출 시 마스크·안경 착용, 귀가 후 옷 털기·손 씻기·샤워로 꽃가루 제거
3.
실내는 창문 닫고 공기청정기 사용, 침구류는 주 1회 이상 60도 이상 온수로 세탁
4.
증상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 등 약물치료, 필요시 비강 세척이나 면역치료까지 고려
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면 자가 진단으로 버티지 마시고 이비인후과나 알레르기내과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.
마무리
저는 몇 년을 "이상한 감기"로 오해하며 지나갔습니다. 안 알아봤으면 매년 9월마다 똑같이 헤맸을 걸 생각하면 아찔합니다.
혹시 여러분도 매년 이맘때쯤 콧물, 재채기가 반복된다면 감기약보다 먼저 가을철 비염을 의심해보시길 바랍니다. 정확한 원인은 병원에서 검사로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.
올가을은 저도 마스크와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챙겨두려고 합니다. 모두 이 시기 잘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
Q1.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왜 하필 9월에 심해지나요?
A. 여름 내내 잠잠하던 돼지풀, 환삼덩굴, 쑥 같은 가을철 잡초 꽃가루가 8~10월에 집중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. 여기에 건조한 날씨, 일교차, 미세먼지 등 환경 요인까지 겹치면서 증상이 심해집니다.
Q2. 봄에 꽃가루가 제일 많다고 들었는데, 왜 환자는 가을에 많나요?
A. 대기 중 전체 꽃가루 농도로 보면 5월(봄)이 연중 최고치인 건 맞습니다. 다만 봄에는 수목류 꽃가루, 가을에는 잡초류 꽃가루로 원인 자체가 다릅니다. 인하대병원 연구에서는 실제 환자 수가 몰리는 시점은 9월(또는 9~10월)로 나타났습니다.
Q3. 감기랑은 어떻게 구별하나요?
A. 코감기는 발열·근육통이 동반되고 보통 1주일 안에 나아지는 편입니다. 반면 알레르기성 비염은 열 없이 재채기와 눈 가려움이 함께 나타나고, 원인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 한 증상이 오래갑니다.
Q4. 알레르기 비염 예방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건 뭔가요?
A. 기상청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확인해 '높음' 이상인 날 외출을 줄이고, 외출 후에는 옷을 털고 세안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. 실내에서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.
Q5. 매년 더 심해지는 느낌인데, 기후변화와도 관련이 있나요?
A. 관련 연구를 이끈 인하대병원 임대현 센터장은 기후변화로 매년 꽃가루 비산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. 다만 이는 하나의 연구·전문가 견해이며, 정확한 연도별 증감 폭은 공식 통계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.
참고 자료
1.
알레르기 비염 환자 9월에 최다...꽃가루 농도는 5월이 최고 - 경향신문 (2019.11.18)
2.
매년 9월에 '계절성 알레르기 비염' 환자 증가 - 보건복지부 보도자료(정책브리핑) (원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, 2011.10.04)
4.
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9~10월 가장 많아 - 메디포뉴스 (2014.09.15)
5.
가을,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? - 팜뉴스 (2022.10.15)
6.
코 막히고 콧물 나는데... 코감기・알레르기 비염・축농증 구별법 - KB의 생각 (2024.03.14)
11.
가을철 초본류 꽃가루-알레르기 증상 상관관계 조사, 국립환경과학원·국립기상연구소(유승도 환경보건연구과장 발표, 2010.10.07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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